문제의 발단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17일 워커힐 회동. 이를 공개할 수 없었던 청와대와 총리실 주변 사람들, 그 회동을 밝힘으로써 신당창당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려던 국민회의와 일부 자민련 사람들 때문에 언론은 하루종일‘춤’을 췄다.
▽먼저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은 “한 조간 신문이 보도한 대로 17일 DJP의 오찬회동이 있었느냐”는 기자질문에 “오찬을 갖지 않았다”고 했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오찬회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DJP는 17일 워커힐에서 만찬을 함께했기 때문에 두사람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김실장이나 박대변인은 “내가 언제 DJP가 만찬회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느냐. 오찬회동을 하지 않았다고 했을 뿐이다”라고 할 것이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DJP가 그냥 회동했었느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구태여 ‘오찬 회동’을 했느냐고 물은 기자의 질문이 너무 한정적이었다. 이처럼 사실을 찾으려는 취재기자들과 정치인들간의 대화에는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고 서로간에는 이를 피하려는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그러나 그같은 ‘게임’에도 분명히 지켜야 할 규칙과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비록 김실장과 박대변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 해도 공인으로서의 솔직한 자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당쪽에서는 DJP 회동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데 청와대와 총리실에서는 오후까지 ‘오찬 없었음’이었다. 우리 공직자의 수준이 이 정도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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