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97년 2월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이언 윌머트, 키스 캠벨 박사의 논문이 ‘네이처’지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전 세계는 경악과 혼돈에 휩싸였다. 사람들의 연상은 돌리를 넘어 복제 인간의 제조 가능성으로 급속히 확장됐고 이는 금세기 최대의 윤리논쟁을 촉발했다.
복제양 돌리가 사상 유례없는 논란의 대상이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복제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경우 특정인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복제인간을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론적 귀결. 또 다른 하나는 수컷(남자)없이도 암컷(여자)끼리 얼마든지 자손을 증식할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줘 수컷의 존재가치를 부인한 것이다.
돌리 탄생의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A라는 여성의 신체에서 세포 하나를 추출해 영양분 공급을 중단시켜 가사(假死)상태로 만든다. B라는 여성의 난자에서 유전자(핵)를 제거, A의 세포와 전기충격을 통해 결합시킨 뒤 대리모인 C의 자궁에 이식시키면 A와 유전자가 똑같은 A′가 탄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A는 남성과의 접촉 없이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A′를 얻을 수 있다.
돌리의 탄생은 ‘다 자란 체세포로는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당시까지의 상식을 뒤집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언 윌머트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를 돌리의 복제로 이끈 수많은 우연과 필연의 법칙들을 찾아볼 수 있다. 1945년 영국 햄프턴 루시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윌머트의 어릴적 꿈은 과학자와는 한참 거리가 먼 선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색맹이라 선원이 될 수 없었고 14세때 선원의 꿈을 접는다. 노팅엄대에 입학, 동물의 배(胚·정자와 난자가 수정, 각 신체로 분열하는 최초 생명체)를 처음 접한 윌머트는 배 발생의 신비에 심취해 케임브리지 농업학술협회의 발생생리학 분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로 옮긴 윌머트는 배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로슬린 연구소는 1913년 영국정부가 농업기술 발전을 위해 세운 에든버러대 부설 연구소로 양 돼지 닭 등 가축과 가금류를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세포관련 연구를 비롯한 분자생물학 생물측정학 등에서 권위를 인정받은 연구소였다.
그의 첫관심은 육질 좋은 소나, 털이 많은 양의 개발 등 우량종축 연구에 있었으나 점차 클로닝(복제)으로 관심이 확장됐다. 당시에는 미분화된 초기 배세포를 제외한 어떤 세포의 클로닝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배가 분화하면서 간이나 심장, 피부 등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까지 분화하면 결코 기능분화 이전의 유전자 암호를 발현시킬 수 없다는 결론이 지배했다. 다시 말하면 유방이나 피부세포가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윌머트는 87년 아일랜드의 한 학회에 참석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소문과 접하게 된다. 강연이 끝나고 학회참석자들과 술집에서 농담을 나누던 중 스틴 윌렛슨이라는 덴마크 출신 학자가 60∼120일이나 지난 소의 배세포를 이용,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계속된 실패로 낙담하고 있던 윌머트는 곧바로 캐나다에 머물고 있던 윌렛슨을 찾아가 사실을 확인했다. 뜻하지 않은 ‘영감’을 얻은 그는 “그렇다면 성장을 완전히 마친 체세포도 복제할 수 있다”는 데까지 사고의 지평을 넓혔다.
윌머트는 체세포 복제 연구에 매달렸다. 하지만 또 하나의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체세포와 유전자를 제거한 난자를 결합시켜야 했지만 이 둘은 서로 성장사이클이 달라 융합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 문제도 91년 ‘라이프 사이클’연구계의 권위자인 키스 캠벨교수를 영입하면서 해결됐다.
캠벨은 추출한 체세포에 영양공급을 줄여 가사상태에 빠뜨린 뒤 전기충격을 가하면 핵이 제거된 난자와 결합시킬 수 있다는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려 277번의 실험끝에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한다.
동물복제기술의 응용대상은 무한대에 가깝다. 사람의 면역계와 같은 심장을 제공하는 돼지, 혈액응고 인자가 담긴 젖을 생산하는 양, 파킨슨병이나 당뇨병치료용 신경세포를 제공하는 소 등등…. 동물복제가 신이 내린 ‘축복’인지 ‘재앙’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인간에게 달려있다.
〈로슬린〓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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