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9일 목동에서 열린 프로축구 99바이코리아컵 K리그 부천 SK―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포항은 이날 이동국의 선취골을 지키지 못하고 홈팀 부천에 1―2로 역전패했다. 포항 5연패, 원정경기 7연패.
“제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간이었어요. 팀 최고참이자 최고 연봉(1억5000만원)선수인 제가 후배들의 연패 행진을 그저 무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
지난해 왼쪽 무릎 부상 후 2군에서 회복훈련에 전념하던 그는 정규리그 팀 경기 때마다 스탠드에 잠입했다. 그때마다 팀은 어김없이 패했다. 경기 후 도저히 코칭스태프나 후배 선수들을 찾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18일 후 고정운은 만 7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이후 7경기에서 2득점 3도움. 거의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쌓아 나갔다. 팀은 6연패 사슬을 끊었고 18일 부산전에서는 2―1로 승리, 정규리그 개막 후 처음으로 8위에 올라섰다.
“운동장에 있을 때나 고정운이지, 쉬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주변에서 이제 고정운은 끝났다는 말도 들리고. 그럴수록 이를 악물었죠. 사실 쉬는 기간 볼만 안 찼지 운동량은 누구보다 많았어요.” 고정운이 단숨에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한 비결은 그의 타고난 성실성 때문. 단 하루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수영을 거르지 않았다. 체력 저하로 포지션이 변경되면 ‘옷을 벗는다’는 다짐을 잊어본 적이 없다.
고정운은 현재 통산 48골 46도움을 기록중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라이벌 김현석(94골 44도움)을 따돌리고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50(골)―50(도움)’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는 기록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은퇴하는 날까지 그 명성 그대로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 이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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