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제환경도 심상찮다. 국제원유값이 급등하고 있고 중국신용등급의 하향조정과 함께 위안(元)화 절하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무엇보다 원유가의 급등이 걱정이다.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소비자 물가는 0.09%포인트 상승하고 무역수지는 12억달러가 줄어든다. 다행히 물가가 사상 유례없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저금리체제 아래에서의 과잉유동성은 언제든지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국제수지 구조도 개선되긴 했지만 대외충격에 견딜 만큼 건실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책 당국은 최근의 경기회복세에 도취되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잊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각이 비판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과열 거품경기를 경고하고 있으나 정책당국자들은 귀담아 들으려는 기색이 전혀 없다.
지금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거품과 인플레다. 빠른 경기회복이 나쁠 것은 없지만 경기과속이 몰고올 부작용이 문제다. 굳이 KDI의 지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내 산업부문과 금융부문에는 아직도 비효율과 과잉설비, 유휴자원과 부실요인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것을 그대로 놔둔 채 경기회복에만 매달려서는 거품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언젠가는 제2의 경제위기를 부르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경제회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정성장의 기반 구축을 위한 구조조정의 신속한 마무리다. 삼성자동차와 대우그룹 문제야 말로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 주고 있다.
인플레 압력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미 시중에는 너무 많은 돈이 풀려 있다. 내수와 민간소비 그리고 소비형 수입증가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경기회복도 조만간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는 경기급상승에 들뜨기보다 안정성장을 위협하는 각종 변수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선거를 의식한 미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향후 경제운용의 큰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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