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 입력 1999년 7월 23일 18시 17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김성도 지음/한길사 펴냄/469쪽 20,000원 ▼

구조주의 언어학의 창시자이자 현대언어학의 고전인 ‘일반언어학 강의’의 저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1857∼1913). 책은 ‘소쉬르 사상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부제답게 언어학자이기 전에 사상가로서 소쉬르의 진면목을 조명한다.

고려대 언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학부 2학년 때부터 소쉬르에 심취,16년 동안 소쉬르라는 한 우물을 파왔다.저자는 소쉬르의 지적 고향이었던 스위스 주네브대에서 그가 남긴 문헌을 연구한 뒤 이를 토대로 라이프치히 베를린 파리 등 그의 행적을 좇아 소쉬르의 지성사를 구성해냈다.이를 통해 그의 언어학 이면에 있는 사상을 해명하려 했다.

저자는 문헌학적 고증,철학적 토대 규명,언어학사와 서구사상사의 배경 고찰이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소쉬르의 전기와 사상을 압축적으로 정리했다.이어 그의 석사논문을 비롯,‘일반언어학 강의’와 신화·전설 연구논문 등 소쉬르 저작물 전반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시도했다.

저자의 입장은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로고스가 이성적·합리적인 질서와 진리의 표현을 의미한다면,뮈토스는 검증 불가능한 신화적 담론을 가리킨다.

소쉬르의 기호학적 체계들은 ‘구조’라는 로고스적 질서 속에 갇혀 있지 않다.오히려 구조와 기호의 활용을 통해 사회 문화적 환경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뮈토스적이라 할 수 있다.소쉬르에 의하면 기호의 의미는 오직 체계 속의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에서만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렇게 저자는 소쉬르의 사상이 로고스로부터 뮈토스로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한다.저자는 그후 언어학 및 기호학의 주류를 이루는 형식주의적 경향은 소쉬르와 다르다고 구분짓는다.

소쉬르의 기호학은 모든 문화와 사회적 제도의 밑바탕을 이루는 언어의 본질을 탐구한 학문이다.이를 통해 소쉬르가 문화과학,더 넓게는 인간과학의 한 전범을 보여주었다는 저자의 결론에서 지성사 연구의 한 성과를 발견할 수 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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