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그 히노마루를 다시 국기로 내걸고 기미가요를 국가(國歌)로 합창하며 새 밀레니엄을 맞으려 하고 있다. ‘국기는 일장기로 한다. 국가는 기미가요로 한다’는 국기·국가법안이 22일 일본 중의원에서 통과된 것이다. 법조문은 극히 짧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중의원에서 찬성 403표, 반대 86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는 사실도 일본의 진로를 잘 말해준다.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의 공식부활은 일본이 과거로부터의 해방과 과거로의 회귀를 동시에 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방이란 침략과 전범(戰犯)의 업보로 짊어졌던 과거사의 멍에로부터 탈출하는 것을 뜻한다. 회귀란 역사적 원죄(原罪)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의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국기·국가법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일본내에 없지는 않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침략전쟁의 선두에서 휘날린 히노마루와 천황제를 찬미하는 기미가요를 법으로 강요하는 것은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국가주의로 총보수화하는 도도한 대세를 제동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일본의 입장에서 남은 숙제는 패전후 맥아더군정(軍政)의 산물인 평화헌법을 군사대국의 실체에 부합되도록 개정해 교전권(交戰權)을 공식화하는 것 정도다. 이 또한 이달 11일 중의원이 헌법조사회설치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일본의 이같은 변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보다는 오히려 이를 정당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교육 또한 그런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다.
일본은 급속한 보수화 우경화(右傾化)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긴장요인이 되지않도록 자계(自戒)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요즘 일본에 대해 지극히 유화적인 저자세를 보이는 우리 정부도 냉정하고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일본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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