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 경제팀이 내놓은 응급 금융안정대책과 대우(大宇)처리 후속방안의 적실(適實) 여부를 살피기 전에, 어쩌다가 금융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심각한 조짐이 재현되고 있는지 따져보고 싶다. 강봉균(康奉均)경제팀은 취임직후인 지난달초 ‘국제통화기금(IMF)위기 극복을 공인받았다’며 ‘이는 김대통령의 성공’이라고 자랑하기에 바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제거됐다고 호언했다. 증시활황에 대해서는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실적장세’라며 거품우려를 묵살했다.
그 당시에 이미 대우그룹이 위험하다는 것은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덮어놓고 ‘실적장세’ 운운한 정부의 강심장은 금융시장에 대한 무지(無知) 아니면 근거없는 자만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경제팀이 은밀하게 대우 해법을 고민한 흔적은 있지만 근본적 대책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상황을 뒤따라가는 미봉으로 지새웠다.
그러다가 19일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대규모 금융지원방안을 김우중(金宇中)회장 퇴진론과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대우 계열사 및 담보자산 처리와 김회장 거취에 대한 방침이 오락가락하고 손실분담에 대한 원칙도 불투명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상황이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 급증과 기관투자가들의 주식투매 및 투신사 자금이탈을 촉발했다. 정부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전망 등 해외악재를 강조하지만 이는 솔직하지 못하다.
정부가 더 이상 갈팡질팡하고 중구난방으로 말잔치나 할 시간이 없다. 부랴부랴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대우관련 후속대책을 내놓았지만, 대우처리의 최종목표와 내용을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에게 명쾌하게 밝히고 일을 신속 투명하게 진척시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부담을 포함한 손실분담에 대해서도 분명한 답안과 설명이 있어야 한다.
투신사에 대한 자금지원은 응급처방이 될지는 몰라도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정부는 현상황에 단기적으로 대처할 뿐만 아니라 그간의 정치선전적 경제낙관론을 거둬들이고 널려있는 불안요인 제거를 위한 종합안정대책 마련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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