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에 대한 사가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북송의 사마광(司馬光·1019∼1086)은 풍도가 어느 손님(군주)에게나 생긋생긋 굽신거리는 여인숙 주인같다고 비하했다. 청나라 학자 조익(趙翼·1727∼1814)은 풍도가 ‘인간에게 수치심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유교적 시각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는 평가다.
▽그러나 난세에 백성을 편안케 한 명재상으로 풍도를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살육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백성이다. 명나라의 문인 이탁오(李卓吾·1527∼1602)는 당시 백성이 전란의 고통을 그래도 적게 당한 것은 풍도가 백성을 안양(安養·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쉬게 함)하는데 기여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5개 왕조에 걸친 그의 ‘다리’역할을 높이 산 것이다.
▽요즈음 우리 정치권에도 ‘풍도’를 연상케 하는 인사들이 더러 있다. 김종필(金鍾泌)총리만 하더라도 다섯개 정권을 거치면서 총리만 두번이나 역임했다. 이당 저당 오가며 ‘좋은 자리’를 거친 이른바 정치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풍도만큼 국민을 안양했는가. 제2창당을 선언한 국민회의 주변에는 다시 낯익은 정치인들이 꼬여든다. 그들은 ‘풍도냄새’를 풍기기는 하지만 풍도만도 못한 정치 철새들은 아닌지….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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