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는 1747년 5월7일 포츠담에 있는 프레데릭 대제를 방문했다. 이 프러시아 왕은 하프시코드나 오르간보다 미묘한 감정표현이 더 능숙한 피아노를 더 좋아했다. 자기 자신을 위해 피아노 15대를 제작하도록 명령을 내렸을 정도였다. 왕은 바흐를 이방 저방으로 끌고 다니면서 피아노를 시험해보도록 했다. 바흐는 전에도 피아노를 접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는 피아노의 음이 너무 무겁고 떨림이 너무 약하다고 비판했었다.
프레데릭은 바흐를 위해 자신이 직접 만든 테마를 연주한 후 바흐더러 그 테마를 바탕으로 한 둔주곡을 즉석에서 연주해달라고 했다. 바흐가 3개의 선율로 이루어진 둔주곡을 연주하자 왕은 6개의 선율로 된 더 화려한 곡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바흐는 자신이 직접 만든 테마로 6개 선율의 둔주곡을 연주했고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다음에는 왕의 테마를 바탕으로 한 6개 선율의 둔주곡을 만들었다. 그는 같은 테마를 바탕으로 한 다른 곡들과 함께 이 곡을 인쇄해서 “음악적 봉헌물”이라며 프레데릭에게 보냈다.
이 곡은 바흐가 말년에 작곡한 위대한 건반악기 음악인 ‘둔주곡의 예술(The Art of Fugue)’과 함께 서구 유럽 문명이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 중의 하나이며 초창기 피아노뿐만 아니라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소형 오르간 등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건반악기로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곡이었다.
이 곡의 테마는 고상한 품격을 지니고 있으며, 바흐가 이 테마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에는 그의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의 풍부함과 깊이가 있다. ‘둔주곡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지금까지 다른 악기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된 적이 많지만 역시 건반악기로 연주할 때 최고의 가치를 발휘한다. 여러 개의 선율이 어우러진 음악에 몸을 흠뻑 담그는 음악적 경험에 비하면 단순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 곡은 명상을 위한 음악이다. 스케일이 큰 형식은 파악하기 쉽고 곡의 구조는 충만하며 복잡하다. 이 곡에서는 대위법적인 재주 대신 풍부한 하모니가 더 강조된다. 그 엄청난 상상력이 눈부시다. 20세기의 음악가들은 ‘음악적 봉헌물’의 가치를 다시 발견했지만 피아니스트들은 이 위대한 둔주곡을 아직 완벽한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필자:찰스 로젠〓피아니스트이며 ‘고전적 스타일(The Classical Style)’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