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보는 컨버터블. 왠지 세상의 모든 소음과 먼지에 몸을 내맡기는 기분이었다. 시내 도로를 달릴 때 쏟아지는 행인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승용차 지붕을 열어제쳤을 뿐인데 벌거벗은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잠깐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브 9―3 컨버터블을 모는 재미에 다른 생각은 뒷전으로 사라졌다.
가장 매력을 느낀 점은 가속력. 중형차급인 2000㏄ 배기량이면서 순간 가속력이 탁월했다. 서울 내부순환도로에서 실제 몇 대의 차량을 무리없이 추월하면서 가속력을 유감없이 실감할 수 있었다. 저속에서 고속으로의 변속이 눈깜짝할 순간에 이뤄졌지만부드러운느낌은그대로 유지했다.
고속 주행에서도 핸들은 묵직함을 잃지않아 안정감을 뒷받침했다. 세단에 비하자면 실내 소음은 심한 편이지만 시속 80㎞ 정도의 정속 주행에서는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낮고 잡소리 없는 엔진음도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
가속력 못지않게 점수를 주고 싶은 점은 넓은 실내공간. 컨버터블은 대개 2인용이거나 4인용이라 해도 뒷좌석이 좁기 마련이다. 하지만 9―3의 뒷자리는 어른 4명이 타도 충분할 정도의 공간을 갖고 있다.
시승을 마친 다음 차를 다시 한번 찬찬히 뜯어보았다.
곡선을 강조한 유선형 차체가 돋보인다. 실내 장식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개폐시간이 20여초 가량 걸리는 소프트톱은 잠금고리 하나로만 차체와 연결하거나 분리하도록 돼있어 편리하다. 빈틈없이 설계돼 톱을 닫으면빗속을 달릴때도 빗물이전혀 새들어오지 않는다고 사브측은 설명.
햇살이 적당히 따스하고 바람에 선선함이 배어있을 때 다시 한번 몰고 한적한 교외 도로를 달려보고 싶은 차였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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