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NLL은 장성급회담 대상 아니다

  • 입력 1999년 7월 27일 18시 56분


북한이 최근 황해도와 경기도의 경계선을 남서쪽 해상방향으로 연장한 서해경계선을 판문점 장성급회담에 제시, 협상을 하자고 요구해 왔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대로라면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는 완전히 북한측 수역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서해 5도를 드나드는 우리 선박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사전허락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제의다.

지금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지난 46년 동안 남북한이 서로 인정하고 지켜온 실효적 경계선이다. 그동안 NLL 주변의 남북한간 충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경계선은 엄연한 현실로 존재해왔다. 북한측도 지난 73년 제346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서해교전사태를 일으키면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측 의도는 뻔하다. 무력시위를 통해 NLL부근 수역을 국제적 분쟁수역으로 만들고 그렇게 해서 북―미(北―美)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또다른 계기를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NLL은 당장 북한의 주장대로 대미(對美)협상이나 대남(對南)협상의 대상이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가동되고 그 위원회에서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는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을 해상불가침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NLL이 일단 논의 대상이 되려면 우선 남북기본합의서가 실천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군사공동위원회가 가동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북한측은 이 문제를 불쑥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 내놓고 그것도 미국측만 상대로 협의하자는 것이다. 이는 누가보아도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우리사회 일부에서는 NLL부근 수역을 북한 어부들에게 일정기간 개방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의 심각한 식량사정을 감안하면 그같은 의견도 전혀 고려해 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나 북한어부들에게 어장 일부를 개방하는 것과 NLL문제는 전혀 별개 차원의 것이다. 인도적으로는 북한 어부들을 도울 수 있지만 우리가 반세기 동안 실효적으로 지배해 온 NLL을 무조건 무력화하려는 북한당국의 의도는 용납할 수 없다.

북한측은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해상경계선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는 등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NLL은 북한이 뭐라 해도 장성급회담의 논의 대상이 아님은 명백하다. 우선 남북기본합의서가 실천되어야 논의가 가능한 문제임을 북한당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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