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늙마에 용쓰다가 무슨 망신을 당하려구. 그래도 한번 먹어는 볼까. 흠흠….”
비아그라가 시판에 들어간다면 우리네 안방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올 정담일 게다. 어디 그뿐이랴. 정력에 좋다면 도대체 가릴 것이 없는 한국의 남정네들에게는 비아그라야말로 ‘달러변’을 내서라도 사먹지 않고는 못배길‘명약’일터이다. 허나 조심할 일. ‘크고 힘센 것’도 좋지만 자칫하다간망신살을넘어저승길에도 오를수있다니하는 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아그라가 탄생한 98년을 ‘페니스의 해’라고도 한단다. 하기야 뭇‘고개숙인 남성들’에게 그보다 더한‘복음’이 어디 있었겠나. 미국에서만 작년 한 해 동안 300만명이 비아그라를 먹었다고 한다. 한국에도 발기가 잘 안돼 고생하는 남자가 어림잡아 200만명쯤 된다고 하는데, 꼭 그들만은 아니겠지만 왜 빨리 시판을 않느냐고 성화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당초 내달부터 비아그라의 국내 시판을 허용할 방침을 세웠다가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글쎄, 오 남용 말라는 딱지를 붙인다고 우리네 풍토에서 씨가 잘 먹힐까? 그것도 문제지만 국내 임상시험 결과 한국인의 경우 심장마비 시력약화 등 비아그라 부작용이 미국인에 비해 최고 3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의사측은 의사 처방없이 비아그라를 팔아선 안된다고 하고, 약사측은 아스피린보다도 부작용 비율이 낮은데 무슨 소리냐고 핏대를 세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비아그라를 먹고 성관계를 갖던 70대 노인이 뇌졸중을 일으켜 반신마비가 됐다는 보도다. 그것이 딱히 비아그라 탓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하지만 시판에 앞서 국민건강 차원에서 비아그라를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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