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태아 性선택 「신의 영역」까지 근접

  • 입력 1999년 8월 1일 19시 21분


인간의 성별은 남성의 정자 안에 들어 있는 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X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수정에 성공하면 여자아이가 만들어지고,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수정에 성공하면 남자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원칙은 동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원칙을 이용해서 동물의 정자를 X염색체를 가진 것과 Y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분류하여 태어날 새끼의 성별을 미리 결정하는 기술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가축 번식에 쓰여왔다. 마이크로소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기술을 인간에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은 곳은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유전학 및 IVF 연구소뿐이다.

5월말 현재 이 연구소에서는 마이크로소트를 이용하여 111명의 여성이 임신을 했고 46명이 출산을 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숫자로는 아직 기술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트 계획을 이끌고 있는 에드워드 퍼거는 앞으로 수백건의 출산이 더 이루어져야 기술의 안전성과 실용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술을 이용해서 태어날 아이의 성별을 고르는 것은 의학윤리에 관한 논쟁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사람들이 아이들의 성별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된다면 언젠가 아이의 눈 색깔, 머리 색깔, 성격, 지능지수(IQ) 등을 주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또 중국의 예를 보아 알 수 있듯이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으로 인해 한때 성비 불균형이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153명까지 심화되기도 했었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트 비용으로 2500달러(임신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한번 시술하는데 드는 비용)를 지불하고 자신이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얻는 것은 마치 인간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나 딸 혹은 아들을 정말로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트는 딸의 경우 93%의 성공률을 보장한다. 현재로서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혁신적인 과학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소트 역시 처음에는 고상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즉 남자에게만 유전되는 병을 지닌 가족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분명히 딸을 낳을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이들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퍼거는 1990년대 초에 동물의 정자를 분류해서 새끼의 성별을 미리 결정하는 방법을 발견한 미국 농무부의 로렌스 존슨에게 접근했다. 존슨의 방법은 X염색체를 지닌 정자가 유전물질을 더 많이 갖고 있어서 Y염색체를 가진 정자보다 크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정자를 염색한 뒤 여기에 레이저광선을 쏘아 Y염색체 정자보다 더 밝게 빛나는 X염색체 정자를 골라내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트는 1995년에 이 기술을 이용한 최초의 아이가 태어난 이후 몇 년 동안 유전적 질병을 지닌 가족에게만 시술되었다.

그러나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부부들에게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윤리적 문제와 이 방법이 대중화되었을 때의 상업적 이윤, 연구소 자체의 기준 등을 감안하여 이미 1명 이상의 자녀를 갖고 있는 부부로서 가족 중에 숫자가 적은 성별의 아이를 원하는 경우에만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몇 가지 밝혀졌다. 첫째는 마이크로소트가 아들보다 딸을 낳는데 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었다. 딸의 성공률은 93%인 반면 아들의 성공률은 73%에 불과하다. 퍼거는 아들에게만 유전되는 병 때문에 연구를 시작했으므로, 처음부터 X염색체 정자만을 골라내는 데 더 숙달 되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X염색체 정자가 레이저 빛 속에서 더 밝게 빛나기 때문에 기계가 골라내기 쉽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두번째로 놀라운 사실은 미국인들이 아들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111건의 임신 중에서 아들을 낳기 위한 임신은 28건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이 딸을 더 원한다는 사실은 아들 딸 가려 낳는 법에 대한 책을 출판한 산부인과 의사 탠드럼 셰틀스와 로널도 에릭슨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에릭슨은 이를 여성운동의 탓으로 돌린다. 그는 “일을 추진하는 것은 여성들이며 여성들이 딸을 원한다”면서 “옛날 여성들은 전화를 걸어 ‘아들들을 목숨이라도 내줄 만큼 사랑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요즘은 딸을 원하는 것에 대해 공연히 미안해하는 여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보면 아들을 선호하는 나라들이 훨씬 더 많은 만큼 마이크로소트가 초음파검사나 양수검사처럼 악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 미국사람들 역시 다른 나라들처럼 심하지는 않을 뿐 아들선호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클리블랜드 주립대의 로버타 스타인바커의 연구에 따르면 원하는 성별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용하겠다고 대답한 미국인들 중 여성의 81%와 남성의 94%가 첫째 아이는 아들이기를 원했다.

따라서 시카고―켄트 법대의 로리 앤드루스 교수는 마이크로소트의 실험결과 미국인들이 딸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미 1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부모들만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헤이스링즈 센터의 로리 놀스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마이크로소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딸을 낳기 위해 그렇게 애를 쓸 정도라면 이미 마음 속에 원하는 딸의 모습을 확실히 그려놓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나중에 태어난 아이에게 그것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놀스는 또 마이크로소트의 성공률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원하지 않는 성별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에도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트가 궁극적으로 일반인에게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까지 어떤 종류의 신기술이든 일단 발명된 뒤에는 반드시 실용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로 환자들을 대하는 의사들은 마이크로소트의 연구결과를 확인하고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소측이 좀더 많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생식의학학회의 벤저민 영거 박사는 “어떤 기술이든 일반적으로 사용될 때보다 통제된 환경에서 행해진 초기 실험 결과가 더 좋은 법”이라면서 “우리는 마이크로소트에 관한 사실들이 정말로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19990725mag―sci―gender―choic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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