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마해영 홈런쳐라』대구관중「적군」응원

  • 입력 1999년 8월 1일 19시 21분


“마해영! 마해영!”

롯데 홈구장인 부산에서나 나올 법한 응원구호. 하지만 이런 환호가 대구구장에서 터져나왔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롯데전.

7―9로 뒤진 롯데의 9회초 마지막 공격 2사 1루에서 5번 마해영이 타석에 들어서자 대구 관중이 “마해영, 홈런”을 한 목소리로 외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유는 딱 한가지. 바로 이승엽 때문.

삼성은 8회말 2번 김종훈 타석에서 공격이 끊겼다. 2점을 리드한 상황이라 9―7에서 경기가 종료되면 3번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수 없게 된다.

하지만 9회초 롯데 공격에서 동점이 되거나 경기가 뒤집어지면 9회말 이승엽에게 다시 한번 홈런 신기록의 기회가 주어진다.

‘타는 목마름’으로 이승엽의 홈런을 기다렸던 대구 관중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

대구팬들의 그런 간절한 응원 탓일까. 마해영은 삼성 임창용으로부터 우월 2점홈런을 뽑아내 7―7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대구 팬들이 꿈꾼 드라마는 거기서 끝났다. 정작 9회말 이승엽은 볼넷으로 걸어나간 것.

결국 이 모든 것은 ‘이승엽 신드롬’이 만들어낸 해프닝이다.

〈대구〓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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