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소득이 잘 파악돼 있지 않다는 일부 여론과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 같다. 이것은 결국 의료보험을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더욱이 직장과 지역의보의 재정분리는 소득 역진(逆進)의 의료보험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와 도시 및 농촌의 자영자는 의료보험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 초기에는 의료보험 적용에서 제외돼 2배 이상 진료비를 냈고 그후에도 의료보험제도의 소득역진성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된 의료보험의 결함은 대단히 많다. 무엇보다도 지난 40여년간 경제 제일주의에서 적용가능한 계층, 즉 잘사는 사람부터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을 실시하다 보니 오히려 잘사는 계층(직업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게 됐다.
그리하여 자영업자가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약 130만명)를 직장조합에서 제외시켜 지역의보에 편입시켰고 직장 및 공교의보의 적용자가 노령퇴직시에는 지역의보에 편입됐다. 심지어 미혼 생산직 근로자의 부모는 대부분 지역의보에 편입됐다.
이것을 보면 지역의보와 직장 및 공교의보를 분리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순수한 자영업자는 약 380만명이다. 그간 1000만명의 자영업자가 있는 것처럼 허수놀이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와 같이 소위 악성 피보험자는 모두 지역의료보험의 적용대상자가 됐기 때문에 지역의보는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직장의보는 상대적으로 흑자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직장의보와 공교의보에 적자가 많이 발생되는 것은 고가의 자기공명영상(MRI)촬영장치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등 의보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확대시킨 결과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의료보험인지 의문이 간다.
한국노총, 의보노조 등이 통합의료보험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보험법이 오히려 사회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것을 지지한다는 것은 잘사는 사람을 위한 법령과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또 의보노조는 과거에는 소득역진성과 비효율성 때문에 통합의료보험법을 주장하였는데 최근 이것을 반대한다. 그 이유는 통합의료보험법이 내년 1월1일부터 실시되면 약 30%의 인력이 퇴출되기 때문이다.
총선을 의식해 개혁입법을 연기하고 재정을 분리시키는 것은 오히려 표를 잃게 될 것이다. 자영자의 소득파악은 기본적으로 조세행정의 개혁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은 반개혁의 누명을 쓰지 말고 대다수 국민을 위한 올바른 개혁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김영모(중앙대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