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말기 후두암 완치율 90% 자랑

  • 입력 1999년 8월 3일 18시 40분


‘뻐억뻑’ 담배 피우면서 술 마시다 ‘2차로’ 노래방에서 목청 높여 노래부르는 것. 후두암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후두암 치료를 위해 성대를 들어내도 말을 할 수 있게 돕는 부산대병원의 ‘이비인후·두경부외과팀’. ‘목소리 지킴이’ 전원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왕수건과장은 “담배를 피우다 들키면 골방에 가둬 놓고 5분 동안 10대를 피우게 하는 방법으로 금연하게 했다”면서 “흡연은 후두암의 주 원인으로 흡연자의 발병률이 비흡연자보다 16배나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두암은 ‘남성병’?▼

97년도 암등록 현황에 따르면 남성 후두암환자는 전체 남성암환자의 1.9%로 10위. 발병률도 여성의 9배다. 흡연과 음주가 발병의 주 원인이기 때문.

후두암과 관련한 ‘흡연 위험지수’. ‘일일 피우는 개피수×연(年)’이 400 이상이면 암이 생길 확률이 일반인의 30배. 또 술은 발암물질의 체내 흡수를 촉진하는 데다 간의 해독능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40대 이상의 흡연 남성이 2주 이상 쉰목소리가 나올 땐 후두암인지 진단받는 게 좋다. 왕교수는 “말기 후두암이 초기 위암보다 잘 치료될 정도로 고치기 쉽다”며 “초기 후두암의 95%는 후두를 그대로 두고 치료하며 말기여서 후두를 제거해도 완치율은 90%”라고 설명.

▼성대를 제거해도 말할 수 있다▼

팀의 ‘전공’은 사라진 성대에 목소리를 ‘찾아주는’ 것. 인조성대와 인조식도를 만들기 위해선 흉부외과 김종원교수와 성형외과 배용찬교수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후두가 없는 경우 목 앞쪽에 구멍을 내 숨을 쉴 수 있게 하고 기관과 식도 사이에 인조성대를 만들어 말을 할 수 있게 한다.팀은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술건수와 성공률을 보유. 89년부터 100여건을 수술했으며 62%가 목소리를 되찾았다. 왕교수는 “수술에 실패하더라도 식도발성 등을 통해 대부분은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화로 후두암을 판별하겠다▼

팀은 쉰목소리의 강도 주파수 등을 분석해 정상인지, 암인지, 단순혹인지를 정확히(92%) 구분해내는 진단시스템을 개발, 4월 음성과학학회지에 발표했다. 현재 자동응답서비스로 후두질환 여부를 알아내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흡연에도 ‘요령’이▼

이 팀은 우선 담배의 절반 이하만 피우라고 충고한다. 또 배가 고플 때나 운동 후에도 피우지 않는다.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천천히 피우는 게 중요하다. 궐련보다는 파이프담배, 파이프보다는 시가가 좋다. 흡연 후엔 반드시 물을 마시고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

▼속삭여도 곤란▼

쉰 목소리가 나는 음성장애 환자는 증가 추세. 후두염 등 질환이나 나쁜 발성습관, 먼지나 매연 등이 원인이다. 쉰소리가 나는데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팀은 목건강에 관해 충고했다. “천천히 말하세요. 공연히 헛기침을 많이 하지 마십시오. 부산 사람들이 시끄러운데 목청을 너무 높이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속삭이듯 말해도 억수로 해롭다 아닙니꺼.”

〈부산〓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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