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애증(愛憎)의 감정을 갖는다. 나는 외신기자와 경영 컨설턴트를 거쳐 지금은 한국기업과 상품의 해외 홍보를 돕는 일을 하면서 15년 동안 한국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문화 충격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차츰 한국사회를 이해하게 되면서 한국인의 열정과 선함, 고통스러운 역사적 체험과 경제 발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 친한국계로 변했고 해외에 있을 때도 한국에 대해 방어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시민의식의 결핍, 권위주의적 정치문화, 법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어, 난폭운전, 거리에 침뱉기, 엉성한 일마무리 등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겪는 문제는 수백가지다.
단일 민족사회에서 외국인들은 ‘외계인’이라는 인종적 고정관념속에서만 인식된다. 외국인들은 끝내 한국사회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느낌을 갖는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이같은 거부감은 자신감이 아니라 불안감에서 비롯된 편견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양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생산을 하지만 질적으로는 탁월하지 못하다. 이런 현상은 직업의 본질보다 타이틀이 더 중요하고, 능력보다 연줄이 더 중요하고, 관료주의적 견해가 법적인 견해보다 중시되는 사회에서 당연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에 대한 해외의 일반적 평판은 좋지 못하다. 바이어가 값싼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상품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라벨을 떼는 것이 유리하다.
박세리는 한국이 가진 잠재력의 새로운 상징이다. 그녀는 좋은 연줄과 뇌물이 아니라 고된 훈련과 능력을 통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골퍼 중 한명이 됐다. 그녀는 ‘메이드 인 코리아’도 ‘탁월함’을 상징하는 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이 21세기에는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한국에는 외국인들에게 더 선명하게 보이는 위대함이 있다. 미국의 위대성이 일반 시민의 기독교적 선함과 그것을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는 자유에서 출발한다면 한국의 위대성은 가족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이것은 뭐든 더 잘해내고 싶다는 자식들의 효도로 보상받는다. 이런 사랑의 에너지가 합쳐 위대함으로 가는 의지를 만들어내고 곧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밀어올리는 힘이 되고 있다.한국인들이 본질적으로 가진 불안감을 극복할 때 ‘메이드 인 코리아’가 자부심의 근원이 될 수 있고 외국인들도 더 행복한 마음으로 한국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it Counselling’을 받지 않고서도 말이다.
마이클 브린<메리트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약력]
△영국 에든버러대 졸업 △82∼97년 한국에서 저널리스트 및 경영컨설턴트 등으로 근무 △현재 메리트커뮤니케이션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