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98년 현재 결혼한 10쌍 가운데 3쌍이 이혼을 한다. 97년에는 1000명당 이혼 2건으로 일본의 1.8건이나 프랑스의 1.9건보다 높으며 98년에 들어서는2.6건으로더욱높아졌다.
굳이 서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의 이혼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것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증가 추세라는 데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부부의 이혼에 대해 그다지 관용적이라 볼 수 없다. 경제적으로나 법적 사회 관습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이 따르는데도 그것을 감수하고 이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인내심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60, 70 평생을 참고 살다 죽기 전에 몇년이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어 이혼을 청구한 할머니에게 감히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여성들이 서서히 자기 개인의 소중함에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합당할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인격과 인권의 소중함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법적 미비, 때묻은 관습,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귀중한 인격의 집합체여야할 가정을 흔들고 종국에는 이혼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지금 아무도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칠거지악(七去之惡)을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한국의 법 관습 제도가 가정에서 이런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혼율이 외국보다 높으니 큰일이고 문제라는 시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한탄일 따름이다. 이혼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라는 가치판단도 현재는 별의미가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또 무너진 옛 가정 윤리를 대신할 합리적이고 현대적인 새로운 가족, 가정에 대한 패러다임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성급한 결혼, 불합리한 가족관계, 상처가 되는 이혼을 줄이고 성숙한 결혼, 건강한 사회의 토대가 될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가도록 해 줄 것이다.
한국보다 이혼율이 낮다는 프랑스는 법적인 혼인 이전에 상당기간 동거를 하고 또 그대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부부가 많다. 한국이 프랑스보다 이혼율이 높다고 떠들썩한 것은 이런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것이다.
가정은 다음 세대인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사회적인 기능을 맡는다. 이혼 후 일어날 자녀문제 등에 대해 개인이나 사회가 진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당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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