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뒤에서/의상]배역의 성격 시대상 표현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옷이 날개’라는 말은 무대 위의 배우나 무용수에게 더욱 실감난다. 옷은 배역의 성격과 시대상을 표현해주고 시각적인 즐거움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대의상 뒤에 숨은 비밀을 알아본다.

★몇 벌이나 필요한가?장기

공연되는 작품은 등장인물의 4배 정도가 소요된다. 120명 정도가 출연하는 장막 창극의 경우 5백벌이 필요하다. 장면에 따라 옷이 바뀌므로 주연급은 한 작품에 2벌∼6벌 정도의 옷을 갈아 입는다.

★쉽게 갈아입는 방법은?

출연자 의상이 눈깜짝할 사이에 바뀌어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옷 두 벌을 껴입은 뒤 겉옷을 재빨리 벗어버리기도 하고, 옷의 앞 뒷면을 터서 약하게 고정시킨 뒤 뜯어버리면서 벗기도 한다.

★조명과 관계는?

조명에 따라 의도한 색상이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핑크색 상의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출연자에게 여러색을 혼합한 조명을 비출 경우 치마에 핑크색 상의의 잔상(殘像)이 생겨 보색(補色)인 녹색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백색 조명만 사용해야 한다.

★같은 옷 돌려가며 입나?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같은 역을 맡을 경우 체형이 비슷하면 같은 옷을 입는다. 단, 발레의상은 몸 치수에 딱 맞아야 하므로 여러 명이 입기 힘들다.

★어떤 소재를 쓰나?

무용의상은 얇고 부드러운 ‘본견(本絹)’을 많이 사용한다. 땀이 배기 쉽고 더러움을 잘 타 생활의상으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무용수의 동작에 따라 펄럭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므로 무대 위에서 환영받는다. 한국무용이나 창극에서는 모시 삼베 등도 자주 사용하고, 오페라 공연에서는 중후한 느낌을 주기 위해 두터운 천도 많이 사용한다.

★세탁은 얼마나 자주하나?

보통 3회 공연 뒤 한 번 세탁을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공연의 경우 매회 또는 2회 공연 뒤 세탁한다. 국립극장의 경우 의상팀 4명이 세탁기 2대를 ‘풀가동’한다.(5백벌을 빨려면 세탁기를 얼마나 열심히 돌려야할까!)

★재활용도 하나?

예전에 사용된 의상을 고쳐 비용을 절약하는 것도 의상담당자의 미덕. 주연급을 중심으로 30% 정도만 새로 의상을 제작하고 나머지는 기존의 것을 고쳐 활용한다.

현대연극에서는 옷모양이 서로 비슷해 재활용 비율이 높지만, 고전극이나 오페라의 경우에는 새로 만드는 의상이 많은 편.(도움말〓김경수 국립극장 의상담당)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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