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풍의 중심은 정부다. 태풍의 중심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최근 벌어진 두가지 사건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검찰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을 외면한 채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수사를 밀어붙였다. 수사의 공식적 결론은 예상했던 대로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의 ‘단독범행’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직적 범죄’였다는 의혹은 여전히 짙게 남아있다.
진형구씨가 정말로 ‘개인적 공명심’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하자.
그런 경우에도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일부러 떠들썩한 공안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공(功)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검찰 내부에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에서든 조직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뚜렷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스타가 되기 마련이다. 진씨가 그 일을 한 것이다.
한때 동강댐 건설을 지지하는 듯 보였던 김대중대통령이 강원도민의 강력한 반대여론을 받아들인 탓인지 다시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댐건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보통사람들이 보기에 동강댐 논란은 어느날 갑자기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누군가 이 계획을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주역이 공사를 수주하게 될 대형 토목건설업자들, 그리고 댐을 계속해서 만들지 않으면 예산과 인원이 감축될지도 모르는 건설교통부 관련부서와 수자원공사 등 정부산하기관의 직원들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경우에도 역시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동강댐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환경을 파괴하려는 악당이 결코 아니다.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의 찬성론자들 역시 주어진 상황에서 공공적 권력의 핵심내용인 예산과 인원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아주 정상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은 놀고 먹는 것이 미안하기 때문에 자기의 직분을 다하려고 한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무작정 부처의 수를 줄이거나 사람을 자르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공공재(公共財)를 제대로 공급하는 데 필요한 만큼 적절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변화의 방향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먼저 우리 사회가 획일적 권위주의 체제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 발맞추어 국민을 감시하고 시민의 행동을 통제하는 일을 하는 공안기관과 부서를 폐지하거나 대폭 감축해야 한다.
물량적 성장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현대경제의 추세에 비추어 물을 막고 개펄을 메우는 일을 본업으로 하는 공공기관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과거의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애국자’들이 머지않아 또다시 얼토당토않은 사고를 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시민(시사평론가)s2smrhyu@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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