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공동여당의 ‘표결불참’ 등으로 처리된다면 그것은 또다시 정국을 꼬이게 하는 빌미가 될지도 모른다. ‘표결불참’은 누가 보아도 정상적인 국회의 모습이 아니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혼란스럽고 국회가 제 할 일을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여야 모두가 기존의 법과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리 당략에 따라 편법만 취하려는 구태를 버릴 때가 됐다.
여권은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갈 경우 자체내의 반란표를 우려하는 모양이나 ‘표결불참’은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에도 역행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해임건의안이 아무리 여권에 부담스러운 사안이라 해도 여야 의원들이 공정하게 표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박수를 보내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야당보다 15석이나 의석이 많은 공동여당이 ‘표결불참’으로 나간다면 국민으로부터 비겁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 구태가 거듭되는 국회라면 올바른 의회정치가 뿌리 내리기 어렵다.
여권은 현재 “내각제문제는 총리해임 사유가 아니며 또 총리가 해임대상이 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총리 해임건의안은 단순한 정치공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공동여당의 인식이다. 반면 야당은 ‘내각제 연내 실시 위약과 그에 따른 국정혼란’이 정말 그처럼 김총리의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인가 따져보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내각제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가볍게 저버렸다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야당의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니면 쓸데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한 것인지를 표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여야가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때문에 국회에 계류중인 다른 법안에까지 영향이 가게 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여야는 해임건의안과는 무관하게 제2차추경예산안을 미리 처리하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다른 심의할 안건이나 법안이 있으면 그것대로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원칙에 충실한 국회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역시 그같은 정상절차를 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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