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北미사일 강건너 일인가?

  • 입력 1999년 8월 10일 19시 31분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9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과 관련, “이는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남북간의 문제이자 국제적인 문제라는 이중성이 있다”는 전제를 붙이긴 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문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기본적으로 ‘국제적 문제’라는 쪽에 기울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얘기였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이 북한에 이야기를 해도 잘 듣지 않는데 우리가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경우 대화가 되겠느냐”며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처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즉 한국이 나서서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의미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도 10일 “우리가 쏘지 말라고 한들 북한이 우리 말을 듣겠느냐”며 “정부가 할 일은 미국 일본과의 공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들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자칫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이나 전쟁으로 이어져 남북 모두에게 엄청난 참화(慘禍)를 초래하거나 한국의 경제회복을 좌초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들은 “정부가 민족의 장래를 생각해서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미사일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결국 우리 문제이므로 결코 미국 일본이 알아서 하도록 ‘강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일각의 목소리에 불과한 느낌이다. 오히려 외교통상부나 통일부 고위당국자의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안이한 자세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한기흥<정치부>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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