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환매수요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이번 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 전문가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빠져나오자’는 불안심리를 가중시켜 환매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책마련 배경〓공사채형 수익증권 환매요구가 잦아들지 않고 이번주 들어 더욱 늘어나 증권 투신사가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기 때문.
투신권이 펀드자금으로 사들인 대우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부실화할 경우 펀드수익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아래 금융기관들이 앞장선 환매요구가 개인 및 일반법인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10일부터는 하루 1조∼2조원의 자금이 이탈했고 1차적으로 돈을 내줘야하는 증권사 중 일부는 일시적으로 환매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에까지 빠졌다.
투신사들은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내다 팔 수밖에 없었고 이는 ‘금리상승→증시자금 이탈→주가폭락’으로 이어져 자칫 자본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위기에 빠졌던 것. 환매자금을 대기 위해 투신사들이 우량채권 투매(投賣)에 나서 펀드 수익률이 계속 떨어져 ‘하루라도 먼저 찾아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도 더이상 대책발표를 미룰 수 없었던 배경이다.
▽주요 내용〓개별펀드에 들어있는 대우채권과 비(非)대우채권을 나눠 비대우채권 비율만큼은 환매요구가 들어오는 대로 일단 돌려주고 대우채권은 내년 7월이후로 지급을 미루되 개인 및 일반법인은 기간별로 일부를 돌려준다는 것이 골자.
4일 현재 전체 투신사 총 수탁고 중 환매연기대상인 무보증 무담보 대우채권은 회사채 CP를 합쳐 18조8972억원. 전체 신탁재산 평가액의 7% 수준이다.
대량환매가 발생할 경우에는 1차적으로 투신사와 판매회사인 증권사가 대처하고 유사시 투신사 신탁재산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와 통안증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충분히 지원키로 했다.
증권 투신업계의 손실이 클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차원에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 손실의 일부를 부담키로 했다.
▽투신사는 그래도 불만〓투신사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불만이다. 개인 및 일반법인의 조기환매에 대한 ‘페널티’가 너무 작다는 것.
90일 미만에 환매를 신청할때 대우채권비율 만큼에 해당하는 부분의 절반만 내준다는 것이 일단 커보이지만 대우채권비율이 평균 7%에 불과, 전체적으로는 큰 벌칙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투신운용사 간부는 “내가 투자자라도 7%의 절반인 3.5%를 손해보고 찾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환매사태가 진정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리 안정될까〓최근 회사채수익률이 연 10%를 넘는 등 채권시장 불안이 야기된 것도 결국은 수익증권 환매사태 때문이다.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보유채권을 매물로 내놓은데다 ‘사자’가 없어 금리가 올랐던 것.
정부가 투신사에 대해서는 매도자제를, 은행권에는 매수를 권유해 억지로 채권시장을 안정시켰지만 언제든지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게 시장의 반응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환매사태가 누그러들지 않으면 또다시 보유채권을 팔아야하는데 금리를 잡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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