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뒤인 28일에는 ‘DR값 큰 폭 상승’이라는 기사가 경제면을 장식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을 전후해 3일간 125.77포인트나 올랐다.
물론 당시 주가를 움직인 가장 큰 변수는 대우사태였지만 DR가격 추이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주식시장의 국제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증권사 상담직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뉴욕 런던 등에 상장돼 거래되는 한국기업 DR가격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한 아침일과가 됐다. 실제로 해외 DR가격과 뉴욕증시의 동향을 묻는 전화가 지점마다 10여통 이상 걸려오고 있어 이를 게을리하면 무능한 증권맨으로 찍히기 십상.
DR(Depository Receipt·주식예탁증서)은 국내기업의 주식을 근거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국제 유통증권이다.
국내주식을 그대로 외국시장에 유통시키면 주권을 수송하는데 분실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배당금 신주인수권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생긴 제도.
DR 발행가는 국내 원주식의 시세보다 약간 높게 결정되는데 이는 외환리스크나 투자부대비용 등을 감안한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빛은행이 발행한 DR은 대우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값보다 훨씬 싸게 발행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뉴욕 런던 등 국제 증권시장에는 한국전력 포항제철 한국통신 삼성전자 LG화학 국민은행 주택은행 신한은행 등의 DR이 상장돼있다.
국내 주식과 DR의 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게 일반적이다. 일시적으로 두 가격에 차이가 나면 당장 재정거래(arbitrage)가 일어난다. 즉 국내주가가 해외 DR가격을 웃돌면 외국인들은 국내주식을 팔고 해외에서 DR을 사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해외 DR에 프리미엄이 크게 붙으면 국내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해 외국인들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사자’주문을 내게 된다.
국내와 해외주가 중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이는지는 잘라 말할 수 없다. 국내사정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국내주가가 해외DR 가격에 선행하는 수가 많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영국에서 퀴놀론계 항생제 임상실험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은 런던증시에 상장된 DR값이 국내 주가보다 먼저 오르는 경향이 뚜렷하다. 영국계 투자자들이 신약개발 현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해외 소식에도 귀를 쫑긋 세워야한다는 결론이다.
(도움말〓삼성증권 목동지점 사재훈 주식운용팀장)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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