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투병중 시집「눈물로…」펴낸 석영미씨

  • 입력 1999년 8월 17일 03시 32분


남들 앞에서 자신있게 말하던 20대 여성이 ‘중증 근육무력증’에 걸려 말하기가 어렵게 되자 가슴 속에 담긴 감정 등을 진솔한 글로 옮겨 시집을 펴냈다.

16일 오후 경남 진주 상평성당에서 시집 ‘눈물로 키워지지 않는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의 출판기념회를 가진 석영미(石英美·28)씨가 화제의 주인공. 석씨는 이 시집에 수록된 시 ‘버릇’에서 “…죽음을 넘어서고/나는/남은 삶에서/무엇을 버리고/무엇을 남길 것인지/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표현했다.

이 시집은 ‘그리움’의 정서와 은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진솔하게 나타나 있고 상상력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주교 신자인 석씨는 경상대 사회학과 4학년이던 94년 여름부터 평소의 희망대로 경남장애인복지관 진주분관에서 장애인 복지업무에 종사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공부에 전념하며 여성단체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맹렬여성’이었던 그에게 병마가 덮친 것은 95년 여름.

처음에는 눈이 침침하고 심한 무력감이 계속되다 결국 손가락이 마비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중증 근육무력증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점차 증세가 악화돼 입과 목의 근육에 힘이 빠져 말도 못하게 된 그는 96년 휴직을 하고 본격적인 투병생활에 들어가 그동안 죽을 고비도 여러차례 넘겼다.

이 시집에 실린 글들은 97년 충북 음성꽃동네에서 요양하며 글로 적어두었던 그의 생각과 느낌을 친구인 신정숙씨가 정리한 것이다.

최근 상태가 많이 좋아져 진주에서 요양중인 석씨는 ‘이 땅의 소외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글쓰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0591―752―3006

〈진주〓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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