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총무는 흔히 야전군 사령관에 비유된다. 상대당과 직접 맞부딪쳐야 할 협상 창구다. 그러면서 ‘아군을 목표지점까지 진격토록 선두에 서서 지휘봉을 휘둘러야 할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상대측과 타협을 해야 하고 타협이 안될 때는 앞뒤 안보고 밀어붙여야 할 경우도 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측의 얘기를 들어 보면 누가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서로가 쌍심지를 켠 가장 큰 이유는 여야의 현격한 원내 전략 차이 때문이다.
▽그동안 박총무와 이총무사이에는 얼마나 진지한 사과가 오갔는지 모르겠다. 부총무들을 통해 간접적인 사과는 오간 모양이나 서로간 감정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것 같지는 않다. 어떻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라섰다가 결국 또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두 사람이 사과를 하든 그리고 다시 머리를 맞대든 그것은 2차적인 문제다. 더 큰 피해자는 엄격히 말해 그들의 ‘저급한 언행’을 지켜본 국민이다. 두 사람은 품위를 잃은 처신으로 국민의 정치불신과 냉소주의를 가중시켰다. 그러잖아도 만신창이가 된 정치의 격을 더욱 떨어뜨렸다. 사과는 서로간에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해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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