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첫 장편 연출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이후 줄곧 위험하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다뤄왔다. ‘폴라 X’는 이복남매의 사랑과 섹스를 다루고 있어 그 사랑의 ‘위험수위’가 한층 더 높아졌다.
그러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피에르(기욤 드파르디유 분)의 선택들은 동기가 부족한 탓에 작품 전체가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어느날 누이를 자처하며 찾아온 이자벨(카트리나 고르베바 분)에 대한 그의 집착이 같은 핏줄이라는 이끌림이나 연민 때문인지, 아니면 사랑 때문인지 모호하다. 또 아름다운 약혼녀, 작가로서의 지위, 부유한 가족 등 행복의 조건을 포기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결국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육체 뿐”이라는 이자벨의 절박한 대사에도 불구하고 ‘연기같은’ 두 배우의 실제 정사는 필연성이 떨어져 그들만의 섹스가 돼 버린다. 카락스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색채마술같은 화려한 영상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욤은 현재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랑스의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의 아들. 21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