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흥행마감 영화 '용가리' 제작자 심형래씨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용가리’였을까, 아니면 ‘용꼬리’였을까.

코미디언이자 영화제작자인 심형래(41)의 ‘용가리’는 현재 서울의 경우 구민회관과 웨딩홀 등으로 옮겨져 사실상 ‘흥행인생’을 마감했다. 영화관객수를 집계하는 영화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서울 기준으로 19일 현재 40만여명(전국 130만여명)이 봤다.

정부로부터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는가 하면, CNN 등 해외언론에서 찬사를 받기도 했던 그는 막상 ‘용가리’가 개봉되자 곱지 않은 평을 받았다.

그도 작품이 부끄러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그의 심중(心中)을 들어봤다.

―120억원의 제작비를 감안한다면 흥행참패 아닌가.

“국내 시장만 따지면 그런 표현도 가능하다. 관객수입(30억원)과 캐릭터 판매 등 부대사업을 포함해도 제작비의 절반은 해외시장에서 건져야 한다.”

―가(假)계약 상태인 해외계약이 잇따라 파기됐다는데….

“(흥분해 계약서 사본을 보여주며) 칸에서 발표했던 272만 달러 규모의 외국판매계약 중 독일 및 러시아와의 계약이 깨진 걸 빼고는 변화가 없다.”

―국내 흥행 실패작이 해외에서 성공한다고 보는 것은 자신감이 지나친 게 아닌가.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은 다르다. 당초 ‘용가리’로 겨냥한 것은 미국 어린이였다. 미국의 ‘B급시장’이라고나 할까. 현재 컴퓨터그래픽(CG) 등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내년 1월 미국 필름마켓에서 1억 달러 수출계약체결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용가리’의 완성도를 솔직하게 평가하면….

“개봉할 때는 내가 봐도 CG나 드라마 등 여러 면에서 부끄럽고 터무니없는 작품이었다. 개봉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수출용의 완성도는 상당히 나아졌다. CG 작업이 많은 작품이어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국내 개봉한 이유는.

“그때 개봉하지 않았다면 심형래는 ‘희대의 사기꾼’이 됐을 것이다. 작품 자체가 아예 나오지 않을 거라느니, 해외수출은 심형래의 코미디라느니 하는 식으로 온갖 소문이 파다했으니까.”

―코미디언은 계속 할 건가.

“한 번 ‘영구’는 영원한 ‘영구’다.”

―‘용가리’가 남긴 것을 자평한다면.

“할리우드라고 ‘금테’ 두른 카메라로 찍지 않는다. 할리우드를 빼고는 우리만이 3D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내년 1월까지 더 지켜봐달라. 2001년초 개봉할 ‘이무기’와 ‘콘돌’은 모두 할리우드 작품과 대등하게 경쟁할 것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심형래의 돈 이야기

△“돈 안 까먹어 본 사람은 말하지 말라”(94년 ‘티라노의 발톱’으로 24억원의 적자를 보고 집도 날렸는데, ‘용가리’ 제작 때 도와주지도 않은 주위 사람들이 돈 많이 쓴다고 욕한다며)

△“돈 안되는 길은 가지도 말라”(예술성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나는 언제나 백만대군(百萬大軍)의 지지를 받고 있다”(영구를 좋아하는 어린이 관객이 항상 기본관객 100만명은 유지한다며)

△“130만 관객이 외국으로 뿌릴 우리 돈 유출을 막은 사람은 바로 나다”(외화유출을 막기 위해 ‘타잔’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서 개봉날짜를 지켰다며)

△“돈 설화(舌禍)가 심하더라. 다시는 돈 얘기 안한다”(가계약은 깨질 수도 있는건 데 그걸 갖고 언론에서 사기꾼 시비한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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