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야당은 당장 재벌해체가 아니냐고 반박했고 청와대측은 개혁일뿐 해체는 결코 아니라고 해명했다. 바로 이러한 때에 8·15경축사 준비작업에도 참여했다는 두 사람이 잇따라 ‘강성발언’을 한 것이다.
김씨의 ‘인적청산론’이 말썽이 되자 김대통령은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틀만에 다시 황씨가 나섰다. 이쯤되자 야당은 두 사람이 김대통령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두 사람이 대신 ‘총대’를 메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측은 두 사람의 발언내용이 ‘개인의견’이라고 거듭 해명하는 가운데 차제에 대통령자문기구를 정리하거나 두 사람을 해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보도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정책참모이자 전현직 대학교수로 우리 사회 최고지성인이라 할 두 사람의 행태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듯 미리 강연원고를 배포하고는 문제가 될 부분은 강연직전 삭제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원래 원고에 쓴 내용이 자신의 소신이라고 내세웠다. 비록 두 사람은 학자로서의 소신을 지켰다고 할지 모르나 과거 권력에 가까이 간 일부 학자들이 그랬듯이 행여 대통령의 시선을 끌기 위한 ‘공명심’의 발로는 아닌지 뒷맛이 씁쓸하다. 대통령의 참모라면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를 자신이 ‘튀기 위해’ 과장하거나 사견을 덧칠한다면 시장에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다.
재벌개혁은 이미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더이상 개혁이냐, 해체냐로 논란을 거듭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인적 청산’이니 ‘진검 승부’니 하는 비이성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하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뿐이다. 그보다는 어디까지를, 언제까지 개혁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재벌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한편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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