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해외파 3총사 "고국이 좋아"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 감독과의 마찰…. 더 넓은 세상에서 비상을 꿈꿨지만 날개를 펴다말고 접어야 했던 마음고생.

고정운(33·포항 스틸러스) 서정원(29·수원 삼성) 이상윤(30·천안 일화).

‘동병상련’의 ‘해외파 3총사’가 마음의 상처를 털어내고 국내 그라운드에서 농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18일 울산 현대전에서 프로데뷔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고정운. 최근 5경기에서 6골. 7개월간 부상에 시달린 선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90분을 지칠 줄 모르고 뛰는 모습이 놀랍다.

포항 박성화감독은 “나이가 있어 부상에서 회복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국내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고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말한다.

박감독은 “고정운은 J리그에서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외국 감독들이 많은 일본 무대에서 다양한 전술을 봐 어떤 상황에 부닥쳐도 쉽게 대처할 줄 안다”고 평가.

서정원이 이날 천안 일화전에서 뽑은 결승골은 ‘역시 서정원’이라는 탄성을 자아낼 만했다.

고종수가 센터링하려고 엔드라인쪽으로 빠져나가자 재빨리 페널티지역 안쪽으로 파고 들어 골을 넣은 것.

수원 김호감독은 “선진축구에서 공격수는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공간을 찾아가고 또 수비수를 밖으로 끌어낸다. 서정원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바로 경기 운영”이라고 평했다.

서정원은 돋보이는 위치 선점으로 최근 5경기에서 4골을 뽑았다. 특히 오른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스피드가 훨씬 좋아졌다. 지난달말 프랑스 로리앙에서 친정으로 복귀한 이상윤. 아직 얼떨떨한 상태로 이전 두경기에서 슈팅 하나 못 날렸지만 이날 수원전에서 세차례나 위협적인 슛을 날렸다.

상황에 따라 패싱타임을 조절하는 ‘눈’이 크게 좋아졌다는 평가. 비록 도움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수원전 김인완의 선제골이 사실상 그의 발에서부터 나오는 등 뚜렷한 기량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차경복감독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고 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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