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에 등장한 쥐는 ‘일부종사(一婦從事)’에다 지극히 가정적인 성향을 지닌 프래리 들쥐와 난교(亂交)성향이 있는 보통 숫쥐. 숫쥐는 짝짓기를 하고나면 암쥐를 버리는 것은 물론 새끼에게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래리 들쥐 수컷은 짝짓기 뒤에도 암쥐와 함께 살며 새끼를 낳으면 엄마쥐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기쥐를 돌보면서 계속해서 새끼를 낳는 특성이 있다.
미국 에모리대의 톰 인셀과 래리 영 박사는 보통 숫쥐에게 프래리 들쥐의 유전자를 주입, 결과를 지켜봤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숫쥐가 암쥐에게 매우 사근사근하게 변모하면서 짝짓기를 하고 나서도 암쥐와 함께 살더라는 것. 다만 때때로 ‘혼외정사’를 하는 버릇까지는 버리지 못했지만.
이같은 쥐의 ‘변신’은 새 유전자가 숫쥐의 공격성과 사교성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특정 호르몬 수용체에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 하나의 유전자가 한 생물체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이처럼 극적으로 바꿔놓는 것이 가능한지를 밝혀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연구팀은 최근 인간이 아닌 다른 영장류를 상대로 비슷한 연구에 들어갔으며 앞으로 곧 인간에 대한 실험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물연구를 인간에 적용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영박사는 말하지만 이들의 실험이 머지않은 미래에 배우자의 바람기 때문에 애태우는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해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