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胎敎).예부터 반가(班家)에선 ‘7태도’라 하여 합방(合房)의 마음자세부터 임신 중 몸가짐까지 일일이 챙겼다.
의료계 일각에서 최근 전통태교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일고 있다. 산부인과 소아과 교수 등 40여명으로 창립된 대한태교연구회(회장 한양대 산부인과 박문일교수)는 지난 주말 서울 신라호텔에서 ‘전통 태교의 과학적 접근’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마련했다.박회장은 “미신 정도로만 치부돼온 전통 태교법의 대부분은 과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조용하고 영양과 산소가 풍부한 자궁에서 자란 태아의 지능지수가 훨씬 높았다는 것. 자궁내 환경이 지능지수의 52%를 결정한다는 것이 이 연구팀은 결론이었다.
▼태교의 근거▼
뱃속에서 배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가톨릭의대 소아과 성인경교수는 “태교가 성립되려면 배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15분 정도 기억할 수 있는 ‘단기 기억’은 임신 22주부터, 그 이상을 기억하는 ‘장기 기억’은 임신 30주부터 생긴다”고 설명했다. 신생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들었던 음악소리에 더 친숙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림대의대 산부인과 이근영교수는 “출생을 한 두 달 앞둔 태아는 뱃속에서도 신생아처럼 행동할 뿐 아니라 엄마의 스트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실제로 5월 미국 콜롬비아장로병원의 캐서린 몽크박사가 임신부에게 스트레스를 준 뒤 태아의 심장박동수와 움직임 등을 관찰한 결과 엄마의 심리상태가 태아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고 CNN인터넷방송이 5월 보도했다.
▼어떻게 태교할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태교를 통해 뱃속에서부터 아기에게 영어를 가르치려 들지 말 것. 한양대의대 박교수는 “아기가 영어 단어에 익숙해질지는 모르지만 임신부가 영재를 낳아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태아에게 되레 해롭다”고 경고한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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