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회장은 생전에 “우리 사회는 ‘기업가 정신’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면 요즘의 재벌개혁은 어떻게 비칠까. “기업가의 의욕을 꺾는 것은 미친 짓이야”라며 고개를 흔들지도 모를 일이다.오랜 경영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 많다.그러나 그 점을 인정하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기업가 정신’을 해석하는 재벌의 시각이다.
재벌체제의 장점을 얘기하는 이들은 흔히 ‘기업가 정신〓총수의 결단’으로 등식화한다. 기업 운명을 가르는 결정 앞에는 ‘창업자의 승부수’니 ‘고독한 결단’이니 하는 수식어를 동원한다.
물론 그랬던 적도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몇몇 창업자들의 신화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의 표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질이 못미치는 총수들의 ‘브레이크 없는 기업가 정신’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많은 폐해를 끼쳤던가.
굴지의 대그룹의 한 임원은 “회장님 요즘 하시는 일을 보면 조마조마하다”고 고백한다.
총수의 한마디가 모든 토론을 잠재우는 풍토. 거기에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담고 있어야 할 창의성이나 도전정신을 찾기 어렵다.
슘페터가 말한 자본주의 활력소로서의 ‘기업가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명재<정보산업부>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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