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좁은 땅 넓게 쓰기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52분


우리나라의 선진국행이 아직도 아득하다고 생각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지방경제 낙후를 꼽을 수 있다. 국토의 12%도 안되는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생산의 절반이 몰려 있다. 어음교환액 등 일부 금융지표의 수도권 집중도는 90%에 이른다.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도 생산력과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통계 없이도 실감할 수 있다.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하게 풍요로움을 누리는 일본의 지방들과는 비교가 안된다. 국토가 일본의 4분의 1이고 국내총생산(GDP)은 일본 규슈(九州)경제권 지역총생산에도 못미치는데도 그렇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쇼크로 지방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몰락해 지역경제의 신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정부의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이 나올 때마다 희망을 가져보았던 것은 이 과제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의 처방들은 별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지방경제 활성화 종합지원대책’은 종래보다 적극적인 기업 지방이전 촉진방안들을 담고 있어 한번 더 기대를 걸게 한다. 될수록 빨리 치밀한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법제도를 보완해 대책에 포함된 세제 금융 및 산업입지 지원방안들의 실효를 높여주기 바란다.

그럴싸한 경제대책이 현장에서는 거의 작동되지 않는 사례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아왔다. 이번 대책은 부처간 및 중앙정부와 지방간에 손발이 맞지 않거나 시행단계에서 정책병목현상들이 생겨 구호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눈앞의 구조조정에 바빠 지방이전에 따른 이익이 웬만큼 확실하지 않고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서 창업하는 기업에 대한 개별적 인센티브와 함께 종합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지역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산업 및 생활 인프라 확충, 지방단위 금융기능 강화, 이중 삼중의 행정규제 털어내기, 각종 정보 접근의 어려움 해소 등 과제가 많다. 국토가 우리나라의 95배에 이르는 미국에서 유수한 기업들이 수도에서 비행기로 5∼6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서부와 남부 등에 본거지를 두고도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은 사람과 돈과 정보에 불편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 지역 행정단체 및 상공계를 비롯한 각계와 주민들의 지혜와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지역감정해소나 민심달래기 차원의 ‘한국적 정치논리’에 호소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모든 지역이 균형발전하면 좋겠지만 스스로 산업입지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지방이 더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잘 할 수 있는 기업이 그곳에서 기업할 매력을 느끼도록 잘 받드는 것도 지방경쟁력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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