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특별검사가 밝혀야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52분


이른바 옷로비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회청문회가 이틀째 진행됐지만 예상대로 진상을 속시원히 파헤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이 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를 감싸기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문점들이 제기됐다. 연씨가 라스포사에서 문제의 호피무늬 반코트를 입어본 날이 작년 12월19일로 새로 밝혀진 점이 그 첫째다. 이는 검찰발표(12월26일)보다 일주일 앞선 것이다.

연씨는 어제 청문회에서 “12월19일에 입어본 것은 사실이나 배달된 날은 26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수사결과는 문제의 코트를 입어보고 배달된 날이 모두 12월26일이라고 했기 때문에 검찰수사의 중요한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만으로도 검찰수사의 허술함은 입증됐다. 연씨와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의 대질신문을 하지않은채 서둘러 수사를 끝낸데에 결정적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이틀간 계속된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상반된 주장을 함으로써 이번 국회조사가 사건 진실규명에 접근하기보다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드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오늘 증인신문이 끝난다면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혹은 더욱 커지는 것 아닌가.

따라서 검찰과 경찰은 국회가 제출을 요구한 사직동팀 내사기록과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하여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검경은 기록제출거부이유로 사생활침해나 재판에 대한 영향을 들고 있지만 이미 관련자들이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그 이유는 설득력이 약하다. 이번 청문회에 나온 증인들의 증언중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질신문방식을 통해 거짓증언 여부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신병을 이유로 어제 청문회에 라스포사 정일순사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먼저 증언한 연씨와 말을 맞추기 위한 속셈이 아닌가 의심된다.

국회청문회는 짧은 일정과 증인의 제한, 의원들의 준비부족 등 때문에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음을 실감케 했다. 특히 검경의 협조거부는 국회차원의 조사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다. 특별검사제를 조속히 도입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는 방법만이 현재로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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