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간이란 돼지의 간세포로 만든 ‘인공 장기’를 말한다. 경북대의대 인공 간연구팀이 꾸려진 것은 97년. 재일교포 2세로 일본 오이타국립의대 외과 주임교수를 지냈던 김양일교수(50)가 경북대에 첫발을 디딘 직후였다. 김교수는 “21세기는 ‘인공장기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2000년엔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 간의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공간,어디까지왔나
경북대의대는 올 4월 돼지에 ‘체외형 인공 간’을 연결해 25시간 동안 죽음을 ‘유예’하는데 성공했다는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
간이 나빠 피속의 독소를 처리하지 못하는 말기 간질환환자의 피를 체외로 빼내 인공 간에서 처리한 뒤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것이다(그림). 환자가 간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생명을 연장받을 수 있으며 ‘급성간부전’으로 3,4일간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환자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김교수는 “내년엔 아시아 최초의 임상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환자가 돼지 간세포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이 선결과제. 돼지 간세포를 인간의 면역세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포장’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간을 ‘냉각’한다
“2,3년 전만해도 환자에게 ‘간암수술을 받으라’고 하면 ‘사형선고’로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경북대병원의 간절제 수술의 2년 생존율은 80%입니다.”
이처럼 높은 수술성공률은 94년 김교수가 개발한 ‘간냉각절제술’ 덕분.
황윤진교수(40·외과)는 “간절제 수술을 하기 위해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막아놓기 전에 간을 섭씨 15도로 ‘냉장’시키면 손상이 적다”며 “이 수술법을 사용하면 환자의 70∼80%는 수혈이 필요없어 회복도 빠르다”고 말한다. 97년 이후 아직 수술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는 한 명도 없다.
◇간을 지키려면
국내 간질환자는 대부분 ‘B형간염→만성간경화→간암’의 과정을 거치는 ‘후진국형’.정준모교수(63·내과)는 “만성간경화 환자의 70% 이상이 B형 간염 때문”이라고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피를 통해서만 감염되므로 술잔을 돌리거나 함께 음식을 먹는 등 ‘침의 교환’으로는 전염되기 어렵다는 설명. 이보다는 여성의 경우 미장원이나 네일숍에서 손톱을 관리하다가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남성은 면도기를 남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구〓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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