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경북대 인공간 연구팀

  • 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32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의대 신관. 2년 넘게 매주 수요일이면 ‘간없는’ 돼지 두 마리가 죽어나간다. 한마리에선 ‘인공 간’의 원료를 ‘제공’받고 다른 한마리에겐 이 인공 간을 연결하는 실험을 해왔기 때문.

인공 간이란 돼지의 간세포로 만든 ‘인공 장기’를 말한다. 경북대의대 인공 간연구팀이 꾸려진 것은 97년. 재일교포 2세로 일본 오이타국립의대 외과 주임교수를 지냈던 김양일교수(50)가 경북대에 첫발을 디딘 직후였다. 김교수는 “21세기는 ‘인공장기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2000년엔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 간의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인공간,어디까지왔나

경북대의대는 올 4월 돼지에 ‘체외형 인공 간’을 연결해 25시간 동안 죽음을 ‘유예’하는데 성공했다는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

간이 나빠 피속의 독소를 처리하지 못하는 말기 간질환환자의 피를 체외로 빼내 인공 간에서 처리한 뒤 다시 몸속에 넣어주는 것이다(그림). 환자가 간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생명을 연장받을 수 있으며 ‘급성간부전’으로 3,4일간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환자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김교수는 “내년엔 아시아 최초의 임상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환자가 돼지 간세포에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이 선결과제. 돼지 간세포를 인간의 면역세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포장’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간을 ‘냉각’한다

“2,3년 전만해도 환자에게 ‘간암수술을 받으라’고 하면 ‘사형선고’로 받아들였습니다. 현재 경북대병원의 간절제 수술의 2년 생존율은 80%입니다.”

이처럼 높은 수술성공률은 94년 김교수가 개발한 ‘간냉각절제술’ 덕분.

황윤진교수(40·외과)는 “간절제 수술을 하기 위해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막아놓기 전에 간을 섭씨 15도로 ‘냉장’시키면 손상이 적다”며 “이 수술법을 사용하면 환자의 70∼80%는 수혈이 필요없어 회복도 빠르다”고 말한다. 97년 이후 아직 수술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는 한 명도 없다.

◇간을 지키려면

국내 간질환자는 대부분 ‘B형간염→만성간경화→간암’의 과정을 거치는 ‘후진국형’.정준모교수(63·내과)는 “만성간경화 환자의 70% 이상이 B형 간염 때문”이라고 말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피를 통해서만 감염되므로 술잔을 돌리거나 함께 음식을 먹는 등 ‘침의 교환’으로는 전염되기 어렵다는 설명. 이보다는 여성의 경우 미장원이나 네일숍에서 손톱을 관리하다가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남성은 면도기를 남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구〓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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