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의 순이다. 이중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은 자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이 한국에서 한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점에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에는 204만명의 조선족이 자치주까지 이루어 살고 있다. 이들이 민족의식이라도 갖거나 한국을 모국으로 섬기는 풍조가 일지 않을까 경계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일 것이다. 조선족은 혈통으로 우리의 동포지만 법적으로 중국 국민이다. 또 48만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는 러시아를 포함한 구소련지역국가들도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혈통주의 국민 개념을 공식정책에 도입하려다가 관련국들과 외교마찰 단계까지 간 것이다.
결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동포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이 법안을 대폭 손질해야 했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했던 자와 그 직계 후손’만을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주로 미국 거주 동포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 법률이 되고 말았다. 관련국과의 마찰을 피하려다보니 재외동포들에 대한 평등대우 원칙이 깨지게 된 것이다. 정부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쫓기듯이 이 법을 마련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재외동포들이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등 항의하는 것은 불평등감과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특히 2차대전때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끌려나갔다가 일본에 잔류한 동포들의 경우가 그렇다. 대부분의 재일동포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지만 그 역사성으로 보아 다른 재외동포 보다 차별대우를 받는다면 옳지 않은 일이다. 다수의 재외동포들에게 불평등감을 주고 특정지역 동포들만 대우해 준다면 민주국가의 보편적 법치주의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 법의 제정은 현 정권의 대선공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졸속으로 입안한 이 법률은 재검토돼야 한다. 이미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길밖에 다른 방안이 없다. 정부가 차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당사자들 다수가 수긍하는 법안을 새로이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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