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혁방향은 재벌구조의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해 선진국형 기업구조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에 비추어 타당하다. 지금의 국내외 경제환경은 재벌형 소유지배구조 및 경직된 경영의사결정 시스템의 한계와 역기능을 타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일부 재벌의 무한탐욕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일면도 크다. 법제도의 틈을 비집고, 더 나아가 법제도를 정면에서 우롱하기까지 하면서 시장의 공정경쟁질서를 무너뜨린 사례가 허다하다. 일부 재벌이 범죄에 해당하는 주식시장에서의 불법 내부자거래와 주가조작까지 서슴없이 감행하거나 편법으로 부를 뻥튀겨 상속 증여하는 행태는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행위가 시장 전반과 다른 경제참여자들에게 미치는 해악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그런 유형의 재벌은 말할 것도 없고 정도(正道)를 지향해온 재벌이라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번 합의내용에는 부채구조조정과 출자전환 등 재벌구조조정 촉진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지원은 다수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재벌성장 자체가 일반국민의 직간접적 지원 위에서 이루어졌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의 재벌소유구조를 냉정하게 들여다 볼 때 이른바 ‘오너 일족’이 진정한 오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재벌의 부정적 요소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나라경제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외견상 재벌구조를 개편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이 간단히 생기지는 않는다. 자동차분야만 하더라도 현재의 국내업체 기술력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더 강하고 더 경쟁력 있는 기업 및 산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정부와 재벌 계열사들을 포함한 기업들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선단식 경영을 해소한다고 해서 합리적 사업다각화까지 부정돼서는 안된다. 재벌이라고 해서 정당한 시장참여에 있어서까지 역차별을 당해서도 안된다. 외국자본에 우리 기업의 존망을 통째 맡겨서는 안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