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극은 4개의 단막극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 강은경(29) 김나영(27) 최상희(29) 이시카와 쥬리(33) 등 4인의 여성극작가들이 ‘틀’이라는 동일 주제로 각기 독특한 개성을 표출한 대사가 일품이다.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어봐야 맛을 알고 맛을 알아야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니예요? 젓가락을 들어요! 맛을 봐요!”(남자)
“아뇨. 저라면 먹기 전에 묻겠어요. 이 음식의 재료는 뭔지, 고기는 어떤 종류를 썼고, 향료는 뭘 사용했는지.”(여자)
“그럼 남자한테도 그렇게 물어보실 겁니까? 내가 당신 손을 잡아볼까 말까 하는데, 당신 손의 육질은 어떻고 수분함량은 어떤지를요?”(남자)
일상 속의 ‘틀’이라는 주제를 4인의 신세대 남성연출가들은 ‘사랑의 풀코스’라는 성찬을 먹듯 쉽게 풀어냈다. 사랑을 무조건 ‘확신’하는 남자와 ‘의심’하는 여자, 커플링을 끼우고 스티커사진을 함께 찍으며 서로를 ‘구속’하려는 연인….
이 때문인지 한여름 연우무대 소극장엔 젊은 남녀커플들로 좌석이 가득 메워진다. 공연시작 전 무대에서 키스를 하는 커플 관객에게 선물을 주는 코너도 인기. 지난달 23일부터 8월말까지 평균 좌석 점유율 90%가 넘는 흥행성공으로 9월말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관객 박성희씨(28·여)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연출이 눈에 거슬렸지만 연극 대사는 맘에 들었다”고 말했다.
창작희곡 가뭄에 시달리던 연극계에 참신한 신인 여성작가들의 등장은 단비가 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와 연극학과 출신 동인들로 지난해 졸업 후 개인적으로 극작활동을 벌이다가 두터운 ‘대학로의 벽’에 한계를 느껴 의기투합했다.
특히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워 한국말을 잘하던 일본인 이시카와 쥬리는 몇 년 전 일본에서 열린 한국공연을 통역한 일이 인연이돼한국으로와연극원까지마치고이번에 첫 창작 희곡을 발표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