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문회 방식 개선하라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09분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가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막을 내리고 파업유도 의혹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의혹은 별로 풀린 것이 없고 궁금증은 씻기지 않고 있다. 국회가 추진하고 여야가 합의해서 진행하는 청문회가 이런 실속없는 ‘빈수레 행진’이 되어 버린 데 대해 많은 국민이 실망을 느끼고 있다. 의원들은 여야로 갈려 노골적인 증인 편들기에 나서는가 하면, 정략적인 ‘맞불’공세에 급급했다. 몇달째 별러온 국정조사인데도 내용 파악도 없이 나섰다가 증인의 반격으로 허둥대는 ‘준비부족’도 드러냈다.

그렇다고 당장 청문회 무용(無用)론은 성급하고 지나치다. 이번에도 나름의 소득과 기여도 없지 않았다. 일부 재벌이나 고위직 부인들의 사고방식과 행각을 백일하에 드러내 경종을 울리고, 그들의 몰지각한 행적에 대한 자성의 기회를 준 것도 사실일 것이다.그러나 검찰과 경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등의 어려운 여건에서, 수사권이 없는 의원들이 새로운 사실을 속시원하게 들춰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원들은 변명한다.

하지만 청문회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어선 안된다. 무엇보다 위증에 대한 제어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젓이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선서를 하고도 입장에 따라 전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 증인들을 내버려두는한 청문회는 ‘위증경연장’일 뿐이다. 옷사건 대질신문에서 예를 들면 ‘옷값 대납요구 여부’ ‘호피무늬반코트 전달 및 반환시기’ ‘연정희씨의 검찰수사정보 유출여부’ 등에 관해서는 상반된 진술이 나와 어느 한쪽인가는 거짓말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앞으로 국회 법사위가 최종적으로 누가 위증했는지를 가려 법에 따라 고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진위를 가리는 것부터가 어려운 일인데다 여야가 특정증인 진술의 진위를 둘러싸고 또 한차례 격돌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언확보에 관한 치명적인 약점이 보완되지 않으면 안된다.

나아가 지금처럼 중언부언하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신문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비조사제도를 도입, 사전에 질의 내용을 거르고 검증하자는 방안도 검토해보아야 할것이다. 또 증언 불응으로 인한 국정조사 부실화를 막기위해 국회에 증인소환권을 갖게하는 방안, 진상규명에 불가결한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증인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를 포함해 청문회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처들이 검토되고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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