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영구노동당사'

  • 입력 1999년 8월 27일 19시 10분


▼ '영국노동당사'/고세훈 지음/나남 출판/ 590쪽/1만8천원

“영국 노동당의 태동에서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구상까지”

고려대 경제행정학부 교수인 저자는 영국의 노동운동이 20세기 말 세계질서 개혁을 주도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했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부러워하지만 사실 영국 노동당이 출범할 무렵 영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남짓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영국 노동계급은 처음부터 정치화를 원하지 않았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저자는 지난 100년간의 영국 노동당사를 제도, 구조, 정책, 당이데올로기의 변화 추이 등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한 진보정당의 역사가 반드시 구조나 대의원의 어느 일방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영국 노동당이 결성되고 수권정당으로 자리잡기까지 소수 엘리트들의 부단한 노력과 자기양보가 있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1901년 7월 상원이 “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었다. 이 때 노동당의 전신인 노동대표위원회 위원장 맥도널드는 “의회내 노동정당이야말로 노조운동에 남아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를 펼쳤고 위원회의 가입노조원수는 1년만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노동당은 전시 정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노조운동과 노동계급이 영국을 위해 희생하는 만큼 영국민은 노동운동을 더욱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자 44∼46년 사이 당원수는 거의 250%나 증가했다.

노동당 내의 좌파진영은 70년대부터 대처리즘과 맞선 총선패배의 책임공방 와중에서 급속히 약화됐고 노조와의 ‘거리두기’에 가장 앞장섰던 블레어가 보수당의 18년 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저자는 최근 서유럽 중도좌파 정치를 주도하는 블레어 총리의 노선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제3의 길은 하나의 정연한 이론체계라기보다는 블레어의 ‘현실정치적 필요에 의해 산출’된 측면이 강하다는 주장이다.‘제3의 길’은 본래 절충적이어서 모두를 즐겁게 하지만 냉혹한 선택의 연속인 현실정치의 논리와는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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