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한정선/'이야기를 타고 가는 심리여행'

  • 입력 1999년 8월 27일 19시 21분


▼'이야기를 타고 가는 심리여행' 김병선 지음/학지사 펴냄/279쪽▼

우리 가요 중에 ‘너를 보면 나는 잠이 와, 이상하다 그치?…’라는 노래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만 들면 잠이 오는 사람이 있다. 책이 재미없어서 일까? 아니면 단순한 생리적인 현상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 이상의 심리적인 현상일까?

이러한 현상을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나가다가 바로 ‘이래서’라고 설명을 해주는 분야가 심리학이다. 우리 주위에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독심술이나 최면술로 이해하거나 정서적이나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과 관계 있는 분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심리학에 관한 이러한 오해와 편견을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해설과 함께 독자에게 쉽게 접근한 책이 바로 ‘이야기를 타고 가는 심리여행’이다.

네 개의 이야기,‘완전범죄는 가능하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 ‘노총각의 늦깎이 사랑 만들기’ 그리고 ‘우형의 꿈’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고전적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 정서이론을 응용하여 사랑을 구하는 방법, 인지적 부조화를 설명하며 심리학이 과학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리학이 우리 생활의 일부이자 우리 자신에 대한 학문임을 강조한다. 그 예로 눈만 뜨면 대하게 되는 광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의 시식코너,자기가 좋아하는 배우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모습이 닮았다고 이성에게서 들은 후, 그 배우를 더욱 닮으려고 노력하는 행동이나 현상 등을 들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왜 내가 짙은 남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입은 남자에게서 좋은 인상을 갖게 되는지 알게 되었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다 떨어뜨린 것은 나만의 실수이기보다는 오른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게 되어 있기에 자연히 왼손으로 물건을 드는데서 오는 실수, 즉 디자인에 문제가 있어서임을 알게 되었다.

진작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졸음을 참아 가며 ‘고전적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 등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심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외우며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아쉽다.

한정선<이화여대 교수>

▼약력△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47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시청각교육학과졸, 미국피츠버그대학교교육커뮤니케이션과 공학 전공, 철학박사 △수필집 ‘50분에 못 다한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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