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연구결과는 생쥐에게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주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그동안의 관찰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며, 따라서 사람의 경우에도 같은 방법을 통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의 더 큰 의미는 ‘유전자 표현 칩’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이용해서 사상 처음으로 노화를 세포 수준에서 측정할 수 있었다는데 있다.
이 유전자 표현 칩과 비슷한 칩들을 이용하면 현재 개발되어 있는 노화방지법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시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굶주림의 고통 없이 칼로리를 제한한 다이어트와 같은 효과를 내주는 약들을 개발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MIT의 노화 전문가인 레오나드 구아렌테 교수는 “칼로리의 제한이 우리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아내면 식사를 제한하는 고통을 겪지 않고도 똑같은 효과를 내는 방법을 개발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체의 노화를 일으키는 것은 유전적 프로그램이며 그 유전적 프로그램을 사람이 조작할 수 있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유전자 표현 칩은 생쥐의 유전자 6000여개의 활동을 인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는데, 연구팀은 명함크기 만한 이 칩을 생쥐의 근육에 주입했다. 이 칩이 인식하도록 되어 있는 유전자 6000여개는 생쥐의 유전자 10만여개 중에서 이미 DNA 배열이 알려져 있는 것들이다.
이번 연구에서 리처드 와인드러크와 토머스 프롤라 등의 학자들은 정상적인 식사를 한 늙은 생쥐와 칼로리를 제한한 식사를 한 같은 나이 생쥐의 근육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식사를 한 생쥐의 근육 세포에서 스트레스와 신경 손상에 반응하는 유전자들이 매우 활성화되고, 글루코스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간여하는 유전자들의 활동은 둔화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칼로리를 제한한 식사를 한 생쥐의 세포에서는 이런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이들 생쥐의 세포에서는 손상된 DNA와 단백질을 수리하는 유전자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와인드러크와 프롤라는 정상적인 식사를 한 생쥐의 세포에서 일어난 변화가 글루코스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손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글루코스는 신진대사 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하여 자유 래디컬이라고 알려져 있는 해로운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자유 래디컬은 특히 세포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손상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드러크와 프롤라는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자 표현 칩을 이용해 인간 세포의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의 변화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와인드러크는 “피 한방울로 환자의 생물학적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yr/mo/day/news/national/scie
nce/sci―age―gen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