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JP '100억 비자금' 밝혀라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다시 불거진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의 ‘100억 비자금 계좌설’은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앞둔 오늘의 시점에서 ‘과연 JP는 우리에게 무엇인가’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 물음은 다시 ‘그것이 단지 JP에게만 던져야할 의문인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JP식 정치’는 지난날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이른바 ‘3김식 정치’의 한 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동화은행 비자금사건’은 6년전 일이고, 당시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함승희(咸承熙)변호사가 JP 비자금 계좌설에 대해 언급한 것도 4년전 일이다. 그런 만큼 JP측이 이를 새삼스럽게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박계동(朴啓東)전의원의 ‘정치적 의도’를 비난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본질이 ‘누가 몇년전의 일을 놓고 정치적 목적으로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두말할 것 없이 ‘100억 비자금’의 실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JP 자신이 사실여부를 밝히고 나름대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JP는 얼마전의 ‘오리발’건에 대해서도 국민을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했다. 자민련 의원들에게 돌린 2억1500만원이란 거액의 출처에 대해서도 당 후원비라는 군색한 변명만 했을 뿐이다. 이번 비자금건도 그렇게 어물어물 넘기려해서는 안된다.

JP는 국무총리이기에 앞서 현정권을 이끄는 공동정권의 파트너이다. 그리고 현정권은 지금 정치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치개혁을 제대로 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재벌개혁 등 현정권이 벌이고 있는 여타 개혁작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공동정권의 한 축이자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여전히 부패 의혹의 한복판에 있다면 누가 그 개혁을 믿고 따를 수 있단 말인가.

더이상 어느 야당 중진의원처럼 ‘나만 그랬느냐. 과거에는 모두 그랬다’는 식으로 버텨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국민을 계속 면역시키려해서는 정치불신과 혐오만을 키울 뿐이다.

검찰은 검찰대로 고발을 접수했으면 원칙에 따라 수사를 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아직도 붙들고만 있는 ‘3·30재보선 국민회의 동특위(洞特委)사건’처럼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또 과거 정치적 사건의 경우처럼 시늉만의 수사를 해서도 안된다.

이제는 이런 모든 문제들이 투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새정치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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