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당국이나 외부전문가들이 추산하고 있는 피해 복구비는 500억달러에서 800억달러에 이른다. 바로 이웃인 유럽연합(EU)이 약 3000만달러의 무상원조를 할 계획이고 미국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전체 피해 복구비를 충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겨울나기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현지에서 활동중인 우리 의료진에 보내는 터키 사람들의 정의(情誼)는 눈물겹다. 그들은 의료진에 ‘코레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특파원들의 보도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터키는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라는 물음을 되풀이 하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6·25 때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냈고 국제사회에서 줄곧 우리를 지지해준 터키에 대해 우리가 해준 것은 무엇인가. 항상 잘해주는 이웃의 고마움은 잊고 지내듯이 터키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렇게 반세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아닌가. 이제는 우리가 그런 자성을 하면서 스스로 터키에 다가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본보가 민간단체인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벌이고 있는 터키 돕기 운동도 바로 그같은 뜻에서 출발한 것이다.
다행히 터키를 도우려는 국민적 열기는 가열되고 있다. 사회 각계 각층 인사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동참했다. 무엇보다 몇천원의 성금이나마 성의껏 보내주는 ‘물방울 성금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5000원, 3000원의 용돈을 꼬깃꼬깃 모아온 동심은 더욱 갸륵해 보인다.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가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로 존중된지는 오래됐다. 이웃나라의 어려움에 동참하는 것 자체가 선진국의 덕목인 시대다. 우리 역시 그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고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우리가 받은 무상원조와 장기 저리차관을 합치면 200억달러가 넘는다. 그같은 국제사회의 수혜국 위치를 벗어난 지도 근 20년이 됐다. 이제는 우리가 남을 도와줄 차례다. 더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 가려면 선진국 국민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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