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부패 척결 말따로 행동따로

  • 입력 1999년 8월 29일 19시 32분


국민회의는 2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 1년6개월을 평가하면서 김대통령의 5대 업적 중 ‘정권의 도덕성 향상’을 으뜸으로 꼽았다. 김대통령도 취임 후 기회있을 때마다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부정부패척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런데도 여권 사람들의 최근 기색을 보면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현 정권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자꾸 돈문제와 관련해서 구설수에 오르기 때문인 듯하다.

김총리는 14일 자민련 의원들에게 1인당 500만원씩 총2억원이 넘는 ‘오리발’을 나눠주었다. 다음날인 15일 김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부패척결을 단행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이어 총리실은 17일 ‘반(反)부패특위’구성과 고발보상제, 시민감사제, 공직자 부패사범의 추가재산 몰수 및 취업제한 등 추상같은 부패방지대책을 발표했다.

바로 이 때 ‘오리발 사건’의 파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총리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들의 하계 귀향활동을 위해 당 후원금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27일 한나라당의 박계동(朴啓東)전의원이 김총리의 ‘100억원대 동화은행 비자금’을 문제삼아 그를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정황을 볼 때 여권 일각에서 부패척결 주장의 대국민 설득력과 관련,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인다.

부패척결은 말로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가 그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불관언, 으뜸가는 공적으로 ‘정권의 도덕성 향상’을 꼽고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는 여권의 민심불감증이 민망스럽다.

양기대<정치부> 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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