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섹스스캔들보다 이를 둘러싼 거짓말 때문에 더 심한 홍역을 지금도 치르고 있다. 미연방 지방법원 여판사 수잔 라이트는 지난달 29일 클린턴에게 법정모욕죄를 적용해 9만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라이트판사는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부인하면서 자기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 “미국민이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본뜨지 않도록 하기 위해”라고 판결사유를 밝혔다.
▽한국에서도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벌금을 물린다면 얼마쯤 쌓일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공격하면서 “그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 발언 또한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가장 큰 욕에 속하는 미국에서라면 명예훼손 벌금형의 대상이 될까 어떨까.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는 여러번의 약속과는 달리사회에환원하겠다던돈으로 자신의 죄과(벌금 등)를 치렀다.
▽난무하는 거짓말 때문에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코스트(비용)는 엄청나다. 고급옷로비나 파업유도사건만 하더라도 수사에 ‘거짓’의 의혹이 있다고 해서 국정조사다, 특검제다 하는 것들이 불거져나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치권이 딴 일 제쳐놓고 정쟁을 벌이는 기회비용만도 막대하다. 내각제 유보를 둘러싼 정치적 소모 또한 일종의 거짓말 코스트에 해당한다.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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