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말한다. 두산의 늦깎이 신인 강혁(25).
그에게 93년은 죽어도 잊을 수 없는 해다.
OB(현 두산)와 계약금 6000만원, 연봉 1200만원에 입단하기로 했다가 뒤늦게 한양대로 방향을 트는 바람에 일이 터졌다.
고교 유망주가 대학교로 진학하면 해당고교 선수들 몇명이 ‘덤’으로 묻어 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야구계의 오래된 ‘관행’이었다. 강혁은 친구를 살리기 위해 대학을 선택했다가 ‘이중등록’ 파문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사상 초유의 영구제명 조치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당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얘기.
한양대의 4번타자로, 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했지만 ‘프로에서 영원히 뛸 수 없는 선수’라는 낙인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기를 6년.
“죽어가는 선수 한명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드디어 영구제명이 풀리고 고대하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6년전 ‘죄’를 지었던 바로 그 팀, 두산의 유니폼.
후반기부터 뛸 수 있다는 KBO의 유권해석에 따라 강혁은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에서 ‘칼’을 갈았다. 하지만 의욕이 넘쳤는지 왼쪽 어깨부상으로 도중하차.
지루한 재활훈련끝에 방망이를 다시 잡은 게 7월. 지난달부터 2군에 합류했던 강혁은 드디어 1일 1군에 등록돼 잠실구장을 밟았다. 첫 출전에서 삼진과 땅볼. 강혁은 “야구를 시작하고 그렇게 떨린 적은 처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실망한 팬은 아무도 없다. 그의 야구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