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93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뒤 ‘비트’ ‘태양은 없다’ ‘유령’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반항과 우수가 가득한 이 시대 젊음의 한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편당 개런티도 2억원선으로 특급대우.
18일 개봉되는 ‘러브’는 그가 처음으로 ‘멜로 연기’에 도전한 영화다.
“연애에 소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명색이 청춘스타라면서 첫 멜로물이라니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 출연작들이 남자들간의 우정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지요.”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와 드라마PD 출신인 이장수감독이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마라톤 선수인 명수(정우성 분)와 한국인 입양아 제니(고소영 분)의 러브스토리.
“명수는 철들면서부터 오직 뛰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아야 했던 인물이죠. 사랑의 전달법에 서툴러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이 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줄 겁니다.”
1m86의 큰 키에 강렬한 눈빛. 배우로서는 타고난 외형적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고교를 중퇴한 뒤 햄버거집과 카페 아르바이트 등으로 사회를 배웠다는 그의 고속성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비트’에서 ‘유령’까지 그가 출연한 네 작품의 제작자였던 우노필름의 차승재대표는 “내가 본 배우 중 다른 건 몰라도 영화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은 정우성이 최고”라고 말한다.
‘구미호’ ‘비트’에 이어 세번째 공연한 고소영(28)의 평가는 좀 새침하다. “(정)우성이는 나이로 따지면 분명히 동생인 데 어느새 오빠처럼 행동하는 애늙은이에요.”
정우성은 “섣부른 욕심으로 망가지기보다는 돌다리를 두드리듯 치밀하게 작품을 고르고 납득할 수 있는 연기로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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