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23)의 스윙과 함께 경쾌한 타구음이 들리자 대구구장의 모든 관중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왼쪽담장을 향해 힘차게 날아간 타구.
왼쪽으로 점점 휘어 파울라인을 향해 뻗어가자 팬들은 ‘제발∼제발∼’ 가슴을 죄며 파울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타구는 좌측 스탠드 페어존에 꽂혔고 이를 확인한 이승엽은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드디어 시즌 50호 홈런.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새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40홈런은 지난해 두산의 우즈(42개)와 92년 한화 장종훈(41개)이 돌파한 적이 있지만 50홈런은 이승엽이 처음이었다. 삼성이 8―4로 앞선 5회말 2사 1,2루에서 터진 3점포. 볼카운트는 1스트라이크 2볼이었고 비거리는 105m였다.
50홈런의 ‘희생양’이 된 투수는 1군에서 프로 첫 등판한 LG 왼손 방동민. 95년 충암고를 졸업하고 입단한 방동민은 프로 4년간 단 한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투수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9월1일 엔트리 확대로 1군에 들어온 게 50홈런의 역사를 만든 셈이 됐다.
49호 홈런이 터진 경기는 지난달 25일 대구 한화전. 50홈런은 4경기 17타석 13타수만이었다.
한시즌 50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8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승엽은 경기당 0.41개의 페이스를 보여 최종 예상홈런은 54개가 됐다.
삼성은 이승엽의 축포와 함께 LG를 15―4로 꺾어 대구구장에 모인 팬들은 두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수원에선 현대 정민태가 롯데전에서 20승에 도전했으나 5이닝동안 7안타 2실점하며 6회 갑작스럽게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되는 바람에 둘의 ‘동반기록’이 무산됐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